변사(辯士)와 벤시(弁士)의 탄생에 대한 비교연구

Abstract

영화의 탄생은 근대를 맞이한 사람들에게 경이로운 세상 그 자체다. 그러므로 처음에는 동서양을 불문하고 새로운 문화현상을 설명해줄 담 당자를 필요로 했다. 서양에서는 일찍이 무성화에서 유성화로의 기 술이 발달하여 화해설사의 모습은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일본과 한국 의 경우는 ‘이중 삼중으로 번역된 근대’를 맞이하는 입장에 있었기 때문 에, 이질적인 문화를 이해시켜줄 해설사의 역할이 필요했다. 이들이 새로 운 서양문화 수용의 다리 역할을 한 ‘해설변사’이다. 한편 이질적인 문화 는 토착문화와 융합하면서 또 다른 문화를 만들어낸다. 이 논문에서는 먼저 일본 변사를 중심으로 활동사진 초기의 해설변사 부터 전문성을 확보한 직업변사의 성립까지를 검토했다. 그리고 일본의 전통예능과 활동사진이 융합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공연양식과 발성방식 이 창출되었는지를 살펴보았다. 일본 변사는 근세의 전통과 근대의 서양 이 융합하는 지점에서 성립했다. 활동사진 초기의 변사들은 전통극의 인 사말을 담당한 ‘고조(口上)’의 경험자나 근대의 지식을 갖춘 서양문화의 체험자으며, 그들은 각자의 개성과 지역성을 살려서 변사의 화술을 만 들었다. 특히 ‘우쓰시에(写し絵)’의 환등문화와 전통극의 고조는 해설변 사를 탄생시켰고, 이후 ‘나니와부시(浪花節)’의 음곡(音曲)은 변사의 화술 을 정착시키는데 큰 향을 주었다. 그리고 ‘진돈야(ちんどん屋)’의 선전 방식은 근대의 광고대리업 히로메야(広目屋)로 이어져서, 화 홍보의 퍼 포먼스로 자리 잡았다. 일본의 활동사진은 전통예능의 양식을 기반으로 변사라는 독특한 양식을 만들었고, 상이 발달함에 따라 변사의 연행(演 行)이 자리매김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조선의 해설변사에 대해 재확인하고 시대 상황을 재조명해 보 았다. 지금까지의 조선 변사에 대한 연구에서는 해설변사와 연기변사를 일괄적으로 다루었고, 말을 잘하는 유명인으로서의 변사조차 연행으로 인정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시 조선은 일본의 지배하에 있었고, 화의 제작 단계에도 진입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조선 변사는 해설변사의 방식 에 머물러 있었고, 주관적이고 창조적인 연행을 보여줄 수 없었다. 즉 1910년 이전까지 조선의 변사는 서양의 화해설자나 일본의 고조를 모 방하는 정도의 해설변사가 있었지만, 변사 연행의 진면목을 보여줄 수 있 는 여건은 마련되지 않았다. 물론 이후에 등장하는 연기변사를 통해서는 일본과의 향관계나 조선 변사의 정체성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