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根壽의 敍事 散文 일고 －義兵 기억의 재구를 중심으로－

Abstract

본고는 尹根壽 산문에 대한 연구의 일환으로 의병장에 대한 碑誌 敍事를 대상으로 삼았다. 비지 서사를 연구하는 방법의 하나로서, 기억을 선택하고 배치하여 새로운 기억으로 재구하는 과정을 살펴보고자 하였다. 물론 비지문은 객관적 자료를 근거로 엄격한 법도에 따라 서술해야 하는 體式이다. 그러나 특정 인물에 대한 기억을 再構하기 위해서는, 개인과 집단들이 그 인물에 대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기억들 가운데 일부를 일정한 관점으로 취사선택하고 배치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윤근수는 임진왜란 초기의 대표적 의병장인 高敬命과 趙憲의 비문을 찬술하면서 戰功이 아닌 節義에 초점을 두었다. 순국한 의병장들을 기억하는 초점이 ‘절의’라는 점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예컨대 의병을 公義로, 관군을 私利로 지목하는 시각은 특정 기억의 배제와 확대를 통해서 ‘형성’된 것이다. 윤근수가 이들을 義理와 忠烈의 기억으로 재구한 의도에는, 西人으로서의 정치적 당파성과 주자학의 義理로 국가를 再造해야 한다는 강한 신념이 깔려 있었다. 본고는 이들에 대한 다른 기억들을 비교 자료로 활용함으로써 윤근수가 자신의 관점과 의도에 맞는 기억들을 동원하여 생생한 인물 형상과 함께 조직해내는 과정을 살펴보았고, 단락 구성과 표현 방식에 대한 다각도의 분석을 통해 대상 작품들이 지니는 비지 서사로서의 문학적 가치를 조명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