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공동체, 반(反)정치의 신화

Abstract

최정운의 절대공동체론의 가장 큰 장점은 5·18 광주항쟁을 사회운동적 논리와 도식화에 의존해 해석하는 것을 거부하고, 항쟁 참여자들의 생생한 구술 증언 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하는 담론 분석을 최초로 시도했다는 데 있다. 하지만 그것은 5·18 광주항쟁의 초기 국면에서 맨 몸의 인간들의 순수한 사랑의 공동체로서 절대공동체가 형성되었으며, 후기 국면에서 대안국가와 계급의 등장으로 인해 절대공동체가 와해되었다는 논변을 구성함으로써, 국가와 계급 자체를 부정적으로 기각하는 반(反)정치적 신화를 창조했다. 그러나 최정운이 비판하는 바와 달리 5·18 광주항쟁은 대안국가도 계급도 없는 항쟁이었다. 광주 시민들이 상상한 공동체는 진정한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된 대한민국이었으며, 그들이 인지하는 자신들의 정체성은 대한민국의 국민이자 시민이었다. 이것은 지배이데올로기에 내재되어 있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이상적 보편성이 시민 봉기의 가능성과 조건으로 작용한다는 점을 시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