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치료학 정립을 위한 방법론적 성찰 ―‘運命’을 소재로 한 고전 작품을 예로 들어―

Abstract

문학치료학의 선행연구에서 드러나는 두 가지 주요 특징이 있다. 하나는 한 작품, 또는 설화유형을 대상으로 문학치료학적 독해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서사의 다기성’ 개념을 적용하여 필자가 의도적으로 작품의 다기성을 만들어내는 경향이 강하게 드러나고 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한 작품, 또는 설화유형을 총체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필자가 임의로 분절하고, 그 분절단위에 따른 진단만 도출해 내는 오류를 낳을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인간의 삶을 구성하고 있는 소재가 문학작품에서 형상화될 때, 그것은 다양한 관점에서 제시될 수 있다. 또한 하나의 소재를 이해하는 관점이나 정도가 개개인마다 다른 것처럼 갈래가 다른 문학작품을 통해 다양하게 제시될 수 있다. 이에 본 논문은 ‘운명’이라는 소재를 다룬 여러 고전산문 작품들을 ‘인접유형’이라는 설화연구방법론의 개념을 차용하여 묶고, 그 인접유형이 동일한 소재를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가를 주목하였다. 이는 개개인의 자기서사를 보다 개방적이면서 총체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방법론임과 동시에 각각의 인접유형이 보여준 작품서사를 온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론이기도 하다.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론은 전체적으로 세 단계의 진단이 이뤄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1차 진단에서는 개개인의 ‘운명인식과 해결방식’이 어떠한지를 개괄적으로 진단한다. 이어 2차 진단에서는 문제의 인식이나 진전정도를 살펴보기 위해 선택한 인접유형의 작품서사를 초기단계, 발전단계, 갈등단계, 심화단계, 해결단계 등의 서사단계로 구분한 뒤, 개개인이 어느 단계에 착목하는가를 살핀다. 또한 인접유형의 서사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지도 살핀다. 마지막으로 3차 진단에서는 진단항목을 실생활적 정서가 느껴지도록 표현을 재구성하고, 각 인접유형이 보여준 각 단계의 질문항목도 함께 묶어 제시한다. 이때 각 단계마다 1개 이상의 진단항목이 자유롭게 선택되도록 한다. 이러한 선택과정은 개개인이 자기서사를 작품서사와 관련시켜 ‘상호 유기적 서사의 관계망’을 확장시키는 것이며, 자기가 안고 있을 수 있는 문제 이외의 문제들도 다양하게 존재할 수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성찰하는 것이기도 하다. 또한 이것을 1차 진단에서 선택한 유형과 연관시켜 봄으로써 1차 진단의 이면에 감춰져 있는 문제를 들춰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