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 지바고』의 공간 시학- 모스크바와 바르이키노를 중심으로

Abstract

본고에서는 모스크바를 통해 구현되는 공간의 시학을 부활의 의미론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있다. 모스크바는 주인공 지바고의 삶과 소설 전체의 중심이며, 소설 속에서 구현되는 모든 삶의 근본 동력이다. 세기 전환기의 모스크바는 지적 서클의 영역이며, 도시 노동자들이 가담하는 정치 활동의 근거지이다. 모스크바는 당대 러시아의 필수적이 것과 혁신적 것의 원천으로서 중요하다. 다른 공간-장소에 비해 모스크바가 갖는 중요성과 우월성은구체적인 지명에서 드러난다. 모스크바를 제외한 다른 지역의 지명이 모두 가짜인데 반하여 모스크바 내의 거리명과 랜드마크 등은 모두가 진짜이다. 모스크바의 중요성은 그것을 통해 구현되는 부활의 의미론에서 찾을 수 있다. 복음서적인 사건들이 인간 역사의 의미와 행보를 밝히는 약호가 되는 이 소설에서 사건과 행위의 시간은 부활절을 중심으로 순환하며 모스크바는 부활이라는 복음서의 위대한 사건이 주인공과 인물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무한히 재현되는 공간이다. 또 다른 공간 바르이키노는 동화의 시학이라는 관점에서 고찰된다. 바르이키노는 모스크바 다음으로 지바고에게 두 번째 집을 제공해준 곳이었고, 모스크바 다음으로 창작의 산실이 되어준 곳이었으며, 라라와 동거하며 마지막으로 사랑을 나눈 곳이기도 하다. 대도시 모스크바와는 세태도, 문화도, 분위기도 다른 벽촌인 바르이키노에서 유리 지바고는 짧은, 목가적이고 창조적인 삶을 운위할 수 있었다. 바르이키노에서 펼쳐지는 서술은 동화적이고 민담적인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는데, 이는 역사적이고 현실적인 리얼리티의 논리적이고 사실적인 재현이 아니라, 논리를 초월하는 삶과 역사의 기적과 신비의 구현을 자신의 산문적 목표로 삼았던 파스테르나크의 서술 전략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