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인 역사소설 속 백제 멸망사의 재구성과 변주

Abstract

본고는 김동인의 『해는 지평선에』, 「좌평성충」, 『백마강』 등을 논의 대상으로 삼고 이들의 서사적 관련성을 ‘개작’의 관점에서 분석하고자 했다. 세 작품은 공통적으로 ‘백제 망국사’를 서사의 초점으로 다루고 있다. 김동인은 1932년부터 1941년까지 10년에 이르는 기간 백제 멸망의 역사를 소재로 한 세 작품을 창작하고 수정했다. 세 작품에서 왕의 성격 변화를 제시한 대목은 매우 유사하다. 특히 『해는 지평선에』와 『백마강』의 특정 부분은 거의 교정이나 윤문 수준으로 비슷하다. 이를 통해 『해는 지평선에』와 『백마강』의 개작 관계를 확인할 수 있으며, 「좌평성충」 또한 이들과 강한 서사적 관련성을 지니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성군의 좌절과 타락 과정, 새로운 왕을 추대하려는 세력들의 암투, 중심인물의 연애담 등이 백제 멸망의 과정이라는 역사적 배경 아래 세 편의 소설로 변주된 것이다. ‘순전한 창작’을 염두에 둔 『해는 지평선에』와 역사적 모티프를 충실하게 재현한 「좌평성충」, 그리고 제국과 식민지의 동화 정책을 문학적으로 구현하고자 한 『백마강』은 동일한 소재와 배경을 창작의도에 따라 다양하게 변주한 김동인의 문학적 궤적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는 1932년부터 1941년 사이 10년 간 김동인의 창작의식 변모 과정을 그대로 드러내는 근거로도 해석 가능하다. 1930년을 기점으로 일본 역사소설을 조선 문단에서 실험하려는 목적으로 새로운 역사소설의 가능성을 실험한 그는 이후 실제 역사 기록에 가까운 단편소설을 창작했다가 다시 새로운 장편 역사소설로 회귀하는 경향을 보였다. 김동인이 백제 멸망의 역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개작한 배경은 그가 밝힌 창작의도에서도 드러난다. 특히 『해는 지평선에』와 『백마강』에서 밝힌 창작의도에는 공통적으로 새로운 역사소설에 대한 관심과 실험의식이 전면화되어 있다. 1932년 작 『해는 지평선에』는 『젊은 그들』에서와 같이 단순히 역사에서 소재를 찾되 이를 모두 허구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역사소설을 실험한 경우이며, 1941년 『백마강』은 전작의 창작방법론을 일부 계승하되, 여기에 제국과 식민지의 동화를 꾀하는 목적에서 역사적 소재와 허구적 요소를 혼용하는 방식으로 신체제에 적응하는 역사소설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