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념형과 현실형 사이에서 : 오토 힌체(Otto Hintze)와 독일 근대 역사학의 방법론적 갱신

Abstract

오토 힌체(Otto Hintze: 1861-1940)는 19세기 독일의 역사주의와 사회과학적 역사연구 전통을 종합하여, 20세기 사회사와 구조사 연구의 길을 개척했던 인물이다. 그는 독일 근현대사의 격변을 몸소 겪으며,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과거 속에서 찾고자 고심하였다. 그의 학문적 성취는 정치외교와 엘리트 중심의 프로이센적 근대를 연구하는 데 적절했던 역사주의가 시각과 접근방법만이 아니라 이론과 방법에서까지 한계를 드러냈던 급변기에 새로운 돌파구를 개척하려는 지적 쇄신의 분위기와 직결된다. 힌체의 학문적 생애는 결코 시대에 앞서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동시대 독일의 직업적 역사가들 중에는 최전선에 서있었다. 그의 역사 연구와 서술은 전통적 독일 역사학과의 단순한 연속이나 명백한 단절로 해석될 수 없다. 그는 일차대전 후에도 역사주의의 기본 범주인 개체와 발전 개념의 필수불가결성을 확신했던 점에서 분명 역사주의의 노선을 계승하였다. 그는 역사학과 사회학 간의 방법론적 교차지대를 탐색하면서, 이념형적 개념구성, 유형과 구조, 비교의 방법을 학습하고 역사가의 방식으로 전유하였다. 이 점에서 보면, 그의 역사학은 앞선 역사주의와의 단절보다는 확장과 유연성의 증가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