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한 크리스토프 가터러와 독일 계몽 역사학의 발전

Abstract

18세기 후반 독일 역사학의 요람 괴팅겐 대학에서 활동한 가터러(Johann Christoph Gatterer: 1727-1799)는 제도적인 면에서나 방법적인 면에서 계몽 역사학과 역사주의의 관계 해명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줄 수 있는 인물이다. 이 글에서는 가터러가 근대 서구 역사학 형성에 기여한 바를 살펴보고, 좀 더 구체적으로는 계몽 역사학에서 역사주의로 향하던 이행기의 특성을 확인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필자는 세 개의 측면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째, 가터러의 보편사 서술의 특징을 검토하였다. 둘째, 그가 연대기, 화폐학, 지리학, 족보학, 고문서학 같은 역사학의 보조과학 발전에 공헌한 점을 살펴보았다. 셋째, 체계적 연구와 서술을 통해 새로운 역사학의 길을 표방했던 그의 구상을 방법론적 측면에서 분석하였다. 이를 통해 필자는 가터러가 역사의 탐구, 재현, 이해를 가능케 하는 구성요소들을 재검토함으로써 자료수집과 서술 가운데 어느 한 영역에 안주해있던 역사가들의 활동을 연구의 차원으로 격상시키려는 18세기 후반의 시대적 요구에 적극 반응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날로 증가하는 정밀과학의 요구와 성장을 거듭하는 역사연구 사이의 간격을 의식하면서 역사적 탐구의 원리와 방법을 궁리하였다. 이 과정에서 가터러는 역사서술의 지평을 확대했고, 신뢰할 수 있는 방법적 기준들을 다양하게 제시했으며, 역사지식의 특성을 해명하고 정당화하는 데 상당히 기여하였다. 전통 역사학을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는 못했어도, 그의 지적 탐색과 실험이 역사주의로 명명되는 19세기 서구 역사학의 출현에 기여한 것만은 분명하다. 가터러로 대표되는 동시대 역사가들의 지적 성취를 충분히 고려한다면, 후기 계몽 역사학에서 고전적 역사주의로 이행은 연속적일 뿐만 아니라 가속적이기까지 한 발전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