훠위안자(霍元甲) 민족영웅 만들기의 21세기적 지속

Abstract

2006년 리롄제(李連杰)의 영화 훠위안자霍元甲가 상영된 후, 훠위안자의 실상을 밝히자는 움직임이 생겨났고, 이에 따라 수많은 티브이 방송국에서 이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주로 현재 중국에서 훠위안자 관련 전문가로 알려진 천취(晨曲)의 연구와 조사에 크게 의지하였다. 천취는 1980년대 초부터 훠위안자에 관한 조사를 바탕으로 르뽀르타주 작품와 소설 작품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실상 그가 말하고 있는 훠위안자는 역사적 실재로서의 훠위안자라기보다는, 그에 의해 문학적으로 가공된 훠위안자다. 즉, 기존에 가공된 훠위안자를 재가공한 것이 바로 천취의 훠위안자인 것이다. 문제는 그럼에도 불구하여 다큐멘터리 프로그램들은 일부의 사실을 제외하고 이것에 대해서 의심 없이 거의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이 다큐멘터리 제작자들이 합리적 검증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기준을 가지고 천취가 제공하는 정보를 취사선택하였던 것이다. 그 기준은 바로 ‘훠위안자=민족영웅’의 관념에 부합하는가 아닌가이다. 그들은 겉으로는 역사 속의 진실한 훠위안자를 찾아내겠다고 말하면서 실제로는 ‘민족영웅 훠위안자’이라고 하는 관념을 강화하고 또 유포시키고 있는 중이다. 이들의 이러한 행위는 20세기 초에 진행된 훠위안자 민족영웅 만들기 작업이 21세기에 재연된 것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