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재적 발전론과 조선 후기사 인식

Abstract

내재적 발전론은 오랫동안 현대 한국 역사학을 대표하는 논리로서의 위상을 유지해 왔다. 오늘날 학계 일부의 혹독한 비판에도 불구하고 내재적 발전론이 가진 사학사적 의의는 결코 과소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내재적 발전론이 가진 이론적, 실증적 한계와 이로부터 파생된 역사 해석의 오류나 일면성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한국 역사학의 발전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중세사회의 해체와 자본주의 맹아의 출현에 입각한 조선후기사 연구 역시 더 이상 새로운 논리를 창출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러한 난제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근대에 관한 다양한 상상의 가능성을 열어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중세사회의 해체에 대한 관심 이상으로 그 구조에 대한 심도 높은 탐색이 재개되어야 하며, 자본주의 맹아의 검출이라는 중압감에서도 벗어날 필요가 있다. 또한 일국사적 관점에서 벗어나 주변국과의 관계 속에서 조선이 독자성을 추구하는 과정, 역사적 발전과 함께 내재적 모순이 집적되는 과정을 함께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