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 시의 낭만성 연구

Abstract

본 논문은 신동엽의 시에 나타나는 근원에 대한 탐구를 좀 더 보편적인 수준에서 살펴볼 수 있는지를 점검하였다. 인간 본연의 자연스럽고 생명있는 문화에 대한 억누를 수 없는 동경이 신동엽 시의 중요한 특성이라 판단하여 이를 낭만적 세계 인식이라는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는지를 시론적으로 살펴본 것이다. 그의 시에 나타나는 민족의 시원과 역사적 변혁의 순간에 대한 관심을 낭만적 특성이라는 틀에서 조명하여 그의 시학을 민족과 역사라는 단일한 기준에서 탈출시켜 좀 더 보편적인 수준에서 논함으로써, 한반도라는 시공간적, 역사적 한계를 벗어나고자 한 그의 시적 편력을 좀 더 근본적으로 탐구해보고자 하였다. 이러한 시도는 지금까지 민족주의적 시각에서 이루어진 연구 성과를 갱신함으로써 그의 시에 나타나는 정치성과 혁명성을 좀 더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이다. 근원에 대한 동경과 현실과 이상의 차이에서 오는 아이러니가 낭만주의의 가장 핵심적인 내용이라 할 때, 신동엽의 시는 낭만성이라는 관점에서 충분히 해석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과 부정의 정신이 원형에 대한 강렬한 희망을 가지고 하였으나, 그럼에도 그는 현실의 토대를 끊임없이 반성적으로 사유하였기 때문이다. 원시의 순간에 대한 막연한 향수는 4ㆍ19 혁명을 겪으며 역사와 전통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가능하게 하였고, 이것이 새로운 공동체에 대한 추구를 가능하게 하였다. 4ㆍ19가 실패한 혁명으로 받아들여질 때에도 그는 자신이 상정한 본래적 진실에 기초하여 다른 미래를 기획하였던바, 그러한 이상에 충실함을 기함으로써 혁명의 순간을 오래도록 지속하고자 하였다. 이와 같은 충실한 후사건적 실천을 통해 그는 새로운 혁명을 끊임없이 시로 노래하고자 한 것이다. 신동엽의 시에서 발견할 수 있는 낭만성은, 이러한 현실에 대한 강한 비판과 더불어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강인한 기투라 할 수 있는바, 이러한 점은 추후의 연구를 통해 좀 더 정교하게 검토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