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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본고는 유몽인의 어우야담 에 나타난 재난과 죽음의 서사를 ‘살아남은 이’의 기록이자 ‘망자에 대한 애도’의 과정으로 규정하고, 그 속에 내재한 감정과 사회적 의미를 고찰하였다. 17세기 초 전란과 기근, 역병이라는 재난을 겪은 유몽인이 기록한 죽음들은 단순히 심리적 상흔을 노출한 것이 아니라 살아남은 이들이 망자를 기억하고 애도하는 독특한 방식을 노정하고 있다. 유몽인은 어우야담 에서 망자의 죽음에 고결한 가치를 부여하거나, 숙명론적인 시각을 덧씌움으로써 살아남은 이들의 상실의 감정을 위무하고자 하는 한편, 이들의 고통을 생생히 재현함으로써 슬픔을 충분히 표출하였는데, 다만 죽은 이의 사회적 처지와 젠더에 따라 애도는 다소 차등적인 방식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남성 사대부의 신체적 고통과 훼손은 약화되는 면모가 보이며, 때로는 아예 소거되어 이들은 불멸의 존재로 ‘다시 살아난다.’ 이를 통해 재난으로 무너진 지배 질서를 정신적으로 복구하고, 유몽인이 속한바 사대부 계층의 상흔을 위무하려는 의식을 읽어낼 수 있다. 한편, 여성과 어린아이 등 사회적 약자의 죽음은 그 취약성과 신체적 유린이 적나라하게 재현된다. 인육을 먹는 참혹한 광경이나 무력하게 죽어가는 여성의 시신은 독자에게 강렬한 연민과 슬픔을 자아낸다. 그런데 이러한 비극적 서사는 때로 ‘산 자의 복록’이라는 해피엔딩의 구조와 결합하면서, 죽은 자의 고통을 산 자의 안녕을 위한 위안의 재료로 소비하는 이중성을 보이기도 한다. 이는 재난의 상흔을 서사적으로 종결짓고 일상으로 복귀하려는 생존자들의 심리적 방어기제가 투영된 결과라 할 수 있다. 결국 어우야담 은 재난 앞에서 죽은 인간에 대한 애도의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동시에 그 취약성을 기록하고 애도하는 과정에서는 차등적이고 위계적 시선을 완전히 거두지는 못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유몽인이 보여준 망자를 향한 ‘슬픔’의 직접적인 토로는, 후대의 이념화된 인물전이나 정형화된 애제문(哀祭文)에서는 발견하기 어려운 재난 이후의 진솔한 고찰을 담고 있다. 이상의 논의를 통해 본고는 어우야담 을 단순히 전란의 참상을 증언하는 텍스트가 아니라, ‘누가 애도받을 가치가 있는 삶인가’를 묻는 윤리적 고민의 장으로 읽어냈다. 이러한 시각은 전근대 재난 문학이 지닌 인간 존중의 정신과 그 한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함으로써, 고전 문학이 동시대의 재난 담론과 소통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한다.
키워드
- 제목
- 『어우야담』(於于野談) 속 재난의 기록과 애도(哀悼)의 문제
- 제목 (타언어)
- Disaster, Mourning, and the Hierarchy of Death in Ŏu yadam
- 저자
- 정솔미
- 발행일
- 2026-03
- 유형
- Y
- 저널명
- 어문연구
- 권
- 127
- 페이지
- 155 ~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