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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진의 글쓰기와 민족주의 : <진상>과 <한네의 승천>의 관계
초록
오영진의 시나리오 <한네의 승천>은 한국의 민족정체성을 잘 구현한 작품으로서 한국 극문학의 정전(正典)으로 꼽힌다. 이에 오영진은 자신의 민족주의 활동과 결부되어 한국의 정체성을 성공적으로 재현한 극작가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그는 식민지 시대에 5편의 일본어 소설과 2편의 일본어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특히 그가 1930년대 일본어로 쓴 소설 <진상>은 시나리오 <한네의 승천>의 원천이 되는 작품이다. <진상>은 표면구조를 보면 인간의 애욕과 질투라는 욕망의 갈등을 다룬 통속적 작품으로 보이지만 심층구조를 살펴보면 당대 총독부의 식민지 농촌진흥정책(자력갱생운동)의 허구성을 예리하게 꼬집고 비판한 작품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는 오영진과 동향의 평양고보 동창생 작가 김사량의 소설 <덤불 헤치기>와의 비교를 통해서 잘 알 수 있었다. 식민지시대 일본어에 능숙한 엘리트 문인들에 의해 창작된 일본어문학은 상대적으로 일제의 검열이 허술한 일본어창작을 통해 식민지 현실을 비판하고자 한 민족주의적 욕망을 표출한 측면, 그리고 일본어 글쓰기를 통해 피식민지의 차별을 극복하고 제국의 문단 중심, 세계적 보편성으로 진입하고자 하는 제국 주체로의 욕망의 양가성이 병존하고 있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진상>과 <한네의 승천>, 두 작품 사이에 술꾼, 난봉꾼인 주인공이 새로운 사랑을 얻어 갱생하려고 하지만 적대자의 방해로 인해 실패하고 만다는 서사구조에서는 매우 유사한 점이 있다. <진상>에서는 서씨를 둘러싼 철수와 성삼의 삼각 갈등구조가, <한네의 승천>에서는 한네를 둘러싸고 만명과 필주의 삼각 갈등구조가 빚어진다는 점은 매우 유사하다. 욕망의 대상이 되는 여주인공을 '선녀(仙女)'의 이미지로 표상한 점도 동일하며, 기본적인 인물 설정 방식 또한 유사하다. 다만, <진상>에서는 일제 식민지 농촌정책의 실패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데 초점이 놓여있었던 것에 비해, <한네의 승천>에서는 현실 비판적인 요소는 소거한 채 피할 수 없는 인간의 욕망과 숙명, 그리고 불교적 윤회(輪廻)의 사상을 표현하고자 하는 데 주력했다. 더 나아가 마을굿(洞祭)이라는 민속제례의식과 탈춤, 사당패놀이 등 전통연희를 통해 우리 민족의 정서와 의식을 담아 작품 속에 한국의 민족적 정체성을 재현해내고자 하였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 <진상>에서 <한네의 승천>으로 나아가면서 오영진의 민족주의는 한층 진화되고 깊이 있는 내면적 숙성을 획득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키워드
- 제목
- 오영진의 글쓰기와 민족주의 : <진상>과 <한네의 승천>의 관계
- 제목 (타언어)
- Oh Youngjin's Writing And Nationalism : The Relation Between <Jinsang> And <Hanne's Ascension>
- 저자
- 이상우
- 발행일
- 2012
- 저널명
- 한국극예술연구
- 호
- 35
- 페이지
- 125 ~ 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