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준의 詩歌史 인식과 高麗歌詞

Kim Taejun’s View on the History of Korean Poetry and Goryeogasa
  • 김승우

초록

1920년대 이래 향가에 대한 연구가 본격화되면서 중세 이전, 즉 통일신라까지의 조선 문학사는 그나마 향가를 중심으로 서술될 수 있는 기반이 확보된다. 그러나 고유어를 살려 창작 행위를 했던 고대의 관행이 고려조에 들어 한문산문과 한시를 짓는 방향으로 전환됨으로써 고유어 문학을 위주로 문학사를 서술하려 했던 초기 국문학 연구자들 역시 난관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문학사가들은 그 같은 공백을 메우기 위해 고려시대의 문학 유산을 새로 발굴하거나 검토해야만 했고, 이 대목에서 김태준이 주목했던 대상은 그가 ‘高麗歌詞’라 지칭했던 일군의 시가 작품들이었다. 1932년 「別曲의 硏究」에서부터 고려가사에 대한 김태준의 천착을 살필 수 있으나, 보다 진전된 논리는 『朝鮮歌謠輯成(古歌篇)』[1933]에 들어서야 비교적 명확하게 나타난다. 이 책에서 김태준은 『樂學軌範』과 『樂章歌詞』 등에 수록된 국문 작품들 가운데 고려조의 소산만을 따로 모아 「고려가사편」에 수록한다. 『조선가요집성』은 비록 작품 자료집에 불과하지만, 이 책의 여타 편목과는 달리 유독 「고려가사편」만은 자료를 모아 제시한 것 자체가 큰 성과로 인식될 만했으며, 해당 작품들을 고려시대의 소작으로 비정했던 그의 안목 또한 뛰어난 자질로 평가되기에 충분했다. 1939년에 그가 『高麗歌詞』라는 소책자를 따로 펴내게 된 것도 고려가사를 최초로 논리화하였다는 자긍심이 뒷받침된 결과로 해석된다. 『조선가요집성』 「고려가사편」과 『고려가사』에 수록된 내역의 차이는 몇몇 작품들이 들고 나는 수준에 불과하나, 특정 작품을 넣거나 빼기 위해 김태준이 또 다시 고심했던 흔적은 역력히 드러난다. 그는 우리말 위주로 된 노래이면서 꾸밈없는 감정 표현이 묻어나는 민요적 성격의 작품들을 위주로 고려가사를 다시 모아 보고자 하였는데, 이러한 작업을 통해 오늘날 흔히 ‘고려가요’ 또는 ‘고려속요’라 불리는 작품들의 기본적인 윤곽이 『고려가사』에 들어 보다 뚜렷이 드러나게 되었던 것이다. 이처럼 김태준에게 고려가사는 각별한 의미를 지닌 대상이었다. 무엇보다도 고려가사를 새로 범주화함으로써 조선문학사의 연속적인 흐름을 찾아낼 수 있게 되었다는 데 대해 김태준 스스로도 만족감을 표출하였다. 더불어 국문문학이 크게 위축된 시대라 부정적으로만 인식되어 왔던 고려시대에 그처럼 감흥적이고도 고유한 정서를 지닌 시가 작품들이 존재하였다는 점 또한 김태준에게는 과외의 성과로 여겨질 만했다. 그러나 동시기 연구자이자 조선시가에 대한 최초의 종합적 저술을 남긴 조윤제는 김태준이 개념화한 고려가사를 제한적인 수준에서만 수긍하였다. 조윤제는 작품마다 모두 다른 형식을 지닌 고려가사를 하나의 응집력 있는 양식으로 규정하기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이들 작품을 따로 군집화하려는 시도조차도 합당하게 여기지 않았다. 김태준은 조선시가사, 나아가 조선문학사의 공백을 메우는 데 고려가사가 대단히 중요하게 기여할 수 있으리라 확신했던 데 반해, 조윤제는 『악장가사』 등에 산재한 고려가사를 조선시가의 정격적 반열에 위치시키는 순간, 조선시가의 역사적 발전상이나 맥락은 오히려 훼손될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지니고 있었다. 결국 고려가요와 관련된 일련의 논란은 국문학사를 합리적으로 서술해 내기 위한 치열한 고민의 산물이었으며, 고려가요의 의의나 실상에 대한 근래 연구자들의 시각차 역시 해당 논의가 처음으로 본격화된 1930년대부터 이미 배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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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김태준의 詩歌史 인식과 高麗歌詞
제목 (타언어)
Kim Taejun’s View on the History of Korean Poetry and Goryeogasa
저자
김승우
발행일
2012
저널명
민족문화연구
57
페이지
349 ~ 3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