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순 시에 나타나는 횡단 신체성과 생동하는 물질의 감각 -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으로 읽는 김혜순 시의 생태학적 의미

Transversal Corporeality and the Sensibility of Vibrant Matter in Kim Hyesoon’s Poetry - The Ecological Significance of Kim Hyesoon’s Poetry through the Lens of Posthumanist Feminism

초록

김혜순은 『피어라 돼지』 이후 인간과 비인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남다른 성과를 보이며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 논문에서는 『피어라 돼지』 이후의 시들이 보여주는 변화를 설명하기 위해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을 참조하여 김혜순 시를 새롭게 읽어보려 하였다.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의 관점은 그동안 생태학적 관심에서 상대적으로 거리가 멀었던 김혜순의 시가 지닌 독특한 생태학적 의미를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인간/비인간 사이의 차별은 주체/타자의 이분법과 관련되는데, 김혜순의 시는 그러한 고정된 정체성을 해체하며 모든 존재를 물질적으로 얽히고 재구성되는 관계적 주체로 인식한다. 김혜순 시에서 ‘-하기’는 주체와 타자의 경계를 허물고 새롭게 이어붙이는 실천적이며 창조적인 분열의 과정이다. ‘새하기’, ‘짐승하기’ 등 사물의 내부로 들어가 다른 존재를 겪고 실천하는 특유의 방식은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의 횡단 신체성과 유사하게 다른 존재와 연결되고 감응하는 인간 주체의 전면적 변화를 반영한다. 김혜순은 여성으로서, 몸을 지닌 존재로서 겪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비천하고 위태로운 조에적 존재와 동류의식을 느끼며 생명 평등주의를 보여준다. 동물의 살처분이나 인간 사회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죽음에서 ‘생명정치’가 ‘죽음정치’로서 일으키는 참상을 자각하고 감응한다. 또한 자신의 근원이라 할 수 있는 엄마의 죽음을 지구적 차원의 ‘생태적 슬픔’과 연결시킨다. 이는 ‘지구 어머니’의 죽음이 자신의 생명과 무관하지 않다는 생태적 감각을 반영하며 수행적 존재로서 인간에게 요청되는 윤리적 역할을 촉구한다. 먼지, 오물, 모래 등 입자 형태에 가까운 미세한 물질에까지 미치는 김혜순 시의 섬세한 투시력과 감응력은 생동하는 물질의 힘을 포착하는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의 관점과 유사하다. 물질의 역사와 활력을 통찰하는 시선에 의해 시인은 관계적이고, 횡단적인 생명 감각을 발산한다. 모래의 유동성으로 표현되는 입자 단위의 상상 속에서 펼쳐지는 물질의 무수한 변전 가능성은 개별 존재 간의 경계를 해체하고 내부 작용하는 사물의 관계와 변화의 역동성을 발산한다. 이런 열린 감각이야말로 인간이 다른 존재와 공생할 수 있는 윤리적 관계의 바탕을 이룬다. 비인간 존재의 몸과 섞이며 넘나드는 김혜순 시의 상상은 물질로서의 인간과 사물은 서로 얽히며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를 이룬다는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의 사유를 역동적으로 가시화한다. 인간과 사물이 동일한 물질적 존재로서 끊임없이 영향을 주고받으며 긴밀하게 상호작용한다는 생각은 이념을 넘어서 더 근원적으로 생명에 대한 책임을 환기한다. 이것이 김혜순의 최근 시가 내포하고 있는 생태학적 의미이다. 김혜순의 시는 이념이 아닌 감각적 차원에서, 인간이 아닌 물질의 차원에서 생명의 작용과 공생의 가능성을 그려보게 한다.

키워드

김혜순; 횡단 신체성; 생동하는 물질; 포스트휴먼 페미니즘; 관계적 주체; 생명 윤리; 공생; Kim Hyesoon; transversal corporeality; vibrant matter; posthumanist feminism; relational subject; bioethics; symbiosis
제목
김혜순 시에 나타나는 횡단 신체성과 생동하는 물질의 감각 - 포스트휴먼 페미니즘으로 읽는 김혜순 시의 생태학적 의미
제목 (타언어)
Transversal Corporeality and the Sensibility of Vibrant Matter in Kim Hyesoon’s Poetry - The Ecological Significance of Kim Hyesoon’s Poetry through the Lens of Posthumanist Feminism
저자
이혜원
발행일
2025-09
유형
Y
저널명
문학과환경
권
24
호
3
페이지
257 ~ 2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