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비장전>의 주제 —훼절 이면에 숨어 있는 소통과 연대의 방식

The theme of <Baebijangjeon> a way of communication and solidarity hidden behind the ‘hwejeol’

초록

지금까지 <배비장전>은 양반의 허위의식과 위선을 풍자하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연구되었다. 물론 제주목사, 애랑, 방자 등이 배비장을 곤경에 빠뜨리는 장면에서는 풍자의 면모가 드러난다. 그러나 과연 이 작품이 양반에 대한 풍자를 궁극적 목적 혹은 주제로 삼았는가에 대해서는 재고의 여지가 필요하다. 풍자라는 것은 신분 차이나 빈부 격차 등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상정하기 때문에, 풍자 대상에게 변화를 요구하지 않으며 풍자 대상과의 관계 개선이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그런데 배비장전에서는 결말에 배비장이 제주 정의현감에 부임하고 제주 사람들과 이를 함께 기뻐하는 상황이 등장한다. 즉 이 작품은 양반을 풍자한다기보다, 서울 양반/남성의 행동과 태도에 대한 지적을 통해 그들의 변화를 유도하려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다름 아닌 제주의 낮은 신분의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사실이다. 그들은 배비장에게 계속해서 무례함을 지적하고 예의염치를 차릴 것을 촉구한다. 그들은 비록 권력을 갖고 있지는 않지만, 누구나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어 양반인 배비장을 지적하고 변화를 촉구한 것이다. 그들은 양반을 적대적 존재로 보지 않았다. 이는 낮은 신분의 사람들이 높은 신분의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스스로 터득한 소통과 연대의 한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면에서 이 작품의 가치가 재조명되어야 할 것이다.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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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배비장전>의 주제 —훼절 이면에 숨어 있는 소통과 연대의 방식
제목 (타언어)
The theme of <Baebijangjeon> a way of communication and solidarity hidden behind the ‘hwejeol’
저자
엄태웅
발행일
2024-02
저널명
Journal of korean Culture
64
페이지
159 ~ 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