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 아흐마토바의 서사시 『레퀴엠』 연구

A study on Anna Akhmatova’s Requiem

초록

이 논문은 안나 아흐마토바의 서사시 레퀴엠(Requiem, 1935-1961)을 장르와 구성, 기저텍스트성의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레퀴엠은 소련의 시민이자 한 아들의 어머니로서 아흐마토바가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시대를 휩쓸었던 국가 테러의 비극을 그린 서정적 서사시(лиро-эпическа поэма)이다. 아흐마토바의 창작을 통틀어서 레퀴엠만큼 역사적 테마가 전면에 부상하며 그렇게 거대한 스케일로 다뤄진 사례는 없을 것이다. 전민중적 삶의 비상한 국면을 방대한 역사⸱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구현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은 서사적 장르로서의 기본 요건을 충족한다고 볼 수 있다. 레퀴엠의 프레임 텍스트들은 서사시라는 장르 규정의 중요한 근거가 되기에 주목을 요한다. 이 텍스트들은 작품 속의 리얼리티의 시공간의 좌표를 제시할 뿐만 아니라, 작품의 기원과 목적, 시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태도를 공표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 서사시가 자신이 속한 세대 전체에 대한 증언이자 애도, 기억의 발화임을 분명히 밝힌다. 아흐토바의 이 작품은 ‘애도’와 ‘기억’이라는 궁극적인 목적을 예술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레퀴엠, 만가, 엘레지 등의 다양한 장르와 발화 형식을 골고루 차용하고 있다. 또한 복음서와 종교 음악 Stabat Mater, 그리고 푸시킨과 단테, 만델슈탐의 시를 기저텍스트로서 인용하거나 암시하고 있다. 이러한 작품의 취지와 구성적, 시학적 특성을 고려할 때 레퀴엠은 아흐마토바의 창작 전기에서 후기로의 전환점에 해당하는 작품이자 후기 창작의 가장 큰 두드러진 특징인 상호텍스트성을 전형적으로 구현하고 있는 걸작이라고 할 수 있다.

키워드

Akhmatova; Requiem; Narrative Poem; Frame Text; Lamentation; Stabat Mater; Gospel; 아흐마토바; 레퀴엠; 서사시; 프레임 텍스트; 만가; 스타바트 마테르; 복음서
제목
안나 아흐마토바의 서사시 『레퀴엠』 연구
제목 (타언어)
A study on Anna Akhmatova’s Requiem
저자
이명현
발행일
2024-03
저널명
슬라브학보
권
39
호
1
페이지
35 ~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