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마총 출토 천마도 장니(天馬圖障泥)에 관한 일고찰 -제작방법 및 천마의 보법(步法)을 중심으로-

Abstract

천마도 장니(국보 제 207호)는 자작나무 껍질 3매를 가지고 2장의 판을 만들어 겹친 것이다. 외판과 내판의 수피는 결을 서로 엇갈리게 놓고 전면(全面)을 X자모양의 사격자형태로 꿰매서 수축이나 변형에 대비하였고, 가장자리는 가죽과 천으로 감싸서 꿰매 마무리하였다. 백화 수피는 가볍고 유연하면서 방수효과도 높지만 흰색을 띠고 있어서 채색에 적합했다. 천마도 수피가 자작나무인지 아닌지 확인을 위해서 현생 자작나무속 나무 3종에서 수피를 채취하여 비교 조사하였다. 수피 겉에 보이는 피목과 옹이의 모양을 비교했고 수피 단면에서 확인된 주피(周皮, periderm)층 수와 두께, 세포 조직의 특성을 찾아 비교해 보았다. 하지만 육안과 현미경을 통한 비교만으로는 명확한 결론을 얻을 수 없었다. 천마도에는 채색 재료와 기법도 다양하게 적용되었다. 백색에는 진분[鉛白]이, 적색에는 진사[辰砂 또는 朱砂]가, 검은색에는 먹[墨] 등 주로 인공 안료가 사용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신라인들은 천연물질을 화학적으로 변화시켜 원하는 색상의 안료로 제조, 개량할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자작나무 수피에 직접 채색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수피에 내포된 목랍이 수용성 아교의 접착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목랍을 적절하게 제거하지 않으면 안되지만 이러한 방법은 아직 알려진 것이 없다. 또한 흰색 바탕에 하얀 천마를 뚜렷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바탕을 염색 등으로 착색하거나 특별한 안료를 사용해 그려야만 한다. 염색 여부는 불분명한 반면 흰색 안료로는 은폐력과 착색력이 가장 뛰어난 진분이 적합하게 사용되었다. 화가는 이러한 특성을 분명히 알고 진분을 선택하였다. 천마도 천마의 보법은 인위적인 조련을 통해서만 습득할 수 있는 측대보로 표현되어 있다. 측대보란 말이 걷거나 달릴 때 같은 쪽 앞발과 뒷발을 동시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며 걷는 것을 말한다. 이러한 표현은 고구려 고분벽화 여러 곳에서 확인이 가능하며 천마 외에도 사람을 태운 말에서도 나타난다. 중국에서는 한대(漢代)부터 등장한다. 이처럼 천마가 측대보를 취한 이유는 이 천마가 하늘에서 내려온 말이 아니라 인간이 원하는 간절한 소망을 하늘로 전하기 위해 하늘로 보낸 말이라는 점을 강조했기 때문이거나, 아니면 화가가 말의 보법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표현했던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