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국가관료제의 세 가지 전통

Abstract

한국은 부국강병을 이룬 준거국가를 통해 행정사상과 제도를 차용하고 변용하면서 국가관료제를 발전시켜왔다. 조선시대의 학인관료, 일제 강점기의 의법관료, 개발연대의 기술관료는 한국 국가관료제 안에서 발견되는 중요한 세 가지 전통이다. 공개경쟁선발시험을 거친 실적임용은 이들 전통의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 실적의 판단 기준은 실무경험이 아니라 주로 텍스트에 대한 지식이었으며, 그 내용이 시대별로 유교경전, 법률지식, 사회과학 지식 등으로 변해왔다. 실적임용이 가능했던 것은 그러한 지식을 공급하는 공사립교육기관이 함께 발달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적제를 운영하는 과정에서 텍스트 중심의 지식과 실무경험지식 간의 긴장, 관료제의 자율성과 특권화 간의 긴장, 효율성과 민주성 간의 긴장이 나타난다. 오늘의 한국 국가관료제의 모습은 그러한 전통과 긴장이 켜켜이 쌓이면서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