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전문학교 도서관(1935~37)의 건축적 연원 탐구

Abstract

이 연구는 고려대학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의 도서관(1935~37)이 어떠한 건축적 연원을 가지는지 밝히는 것을 목표로 한다. 보성전문 도서관이 듀크대학 도서관을 모델로 삼았다는 것은 일관되게 제기돼온 사실이지만 보성전문 본관(1933~34)에 대한 듀크대학의 영향은 문헌의 반복된 인용 가운데 생겨난 오류일 가능성이 크다. 이 연구는 문헌고찰, 건물답사, 아카이브조사를 통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얻었다. 첫째, 오천석의 「石塔野史」(1972)가 말해주듯 보성전문 도서관이 듀크대학 도서관을 모델로 삼게 한 매개체는 그가 가지고 있던 듀크대학 카탈로그의 사진이었다. 1930년대 전반 오천석이 소유했을 법한 듀크대학 ‘카탈로그’로는 (특히 1931년 2월호의) 『Bulletin of Duke University』가 유력하며, 학생 연감인 『The Chanticleer』도 개연성이 있다. 둘째, 그 카탈로그에 사진이 게재된 듀크대학 도서관은 1930년에 고딕양식의 서캠퍼스에 완공된 현재의 퍼킨스 도서관(1930)이 분명해 보인다. 셋째, 보성전문 도서관과 듀크의 퍼킨스 도서관은 모서리에 탑을 둔 점, 탑의 네 코너에 튜렛을 두고 상부를 여장으로 처리한 점, 중심 건물과 도서관의 위치 관계 등에서 공통점을 갖는다. 넷째, 보성전문 도서관은 디테일과 입면 구성을 위해 듀크의 도서관뿐만 의과대학 건물이나 학생회관 역시 참조했을 가능성이 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성전문 도서관은 듀크대학의 참조 위에 건축가 박동진의 창조력이 결합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보성전문의 일례가 우리 근대건축사의 내러티브를 조금이라도 확장했다면 이 연구는 단순한 사실 확인 이상의 의미를 획득한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