祈雨祭文의 양식적 전통과 문학적 변주 양상

Abstract

본고는 祈雨祭文의 양식적 전통과 문학적 변주 양상을 고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우제문은 국가 의례와 관련이 깊지만, 문인들의 일상과도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 그렇다면 기우제문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으며 어떠한 전략을 사용하여 흠향 주체가 비를 내리도록 설득하고 있을까? 그리고 기우제문에 창작 주체의 개성이 발휘될 수는 없는 것일까? 본고가 기우제문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우제문은 임금을 대신하여 신하들이 기우제문을 창작하는 것이 관례였으며, 경우에 따라서 타인이 대신하여 짓는 경우도 있다. 기우제문은 애제류 중에서 제문의 하위 양식으로, 4언시로 창작하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대우를 사용하여 의식의 엄숙성을 제고할 수 있는 四六文나 賦로 창작되는 경우가 많았으며, 산문으로 짓기도 하였다. 기우제문과 유사한 장르로 祝文과 靑詞가 있는데, 내용은 대동소이하다. 아울러 겨울 가뭄에는 祈雪祭文이 창작되기도 하였다. 기우제문은 흠향 주체를 설득하는 방식에 따라 自責型, 呼訴型, 叱咤型으로 유형화할 수 있는데, 그 특징은 다음과 같다. 자책형 기우제문은 가뭄의 일차적인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는 유형이다. 탕 임금의 桑林六事 일화에서 알 수 있듯이 재해가 있을 때에 자신의 죄를 책하는 것은 일반화되었으며, 이것은 修身을 강조하는 유가의 사상과도 잇닿아 있다. 호소형 기우제문은 가뭄으로 인한 참담한 실상을 핍진하게 묘사함으로써 흠향 주체의 공감과 감동을 유발시켜 비를 내려달라고 호소하는 유형이다. 타들어가는 논밭과 작물을 바라보는 백성들의 심정과 목숨을 연명하기 위해 유랑하는 실상, 굶주리다 못해 도랑에서 죽어가는 상황 등을 핍진하게 묘사하는 것이 바로 이 유형이다. 질타형 기우제문은 흠향 주체가 직분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을 따지고 비판하여 설득력을 높이는 유형이다. 자책형과 호소형이 소극적인 祈雨 행위라면 질타형은 상대적으로 적극적인 기우 행위라 할 수 있다. 그래서 질타형 기우제문에는 흠향 주체를 달래고 으르는 작가의 능력이 잘 반영되어 있다. 기우제문은 당대에 문명을 떨치거나 적어도 그 지역 사회에서 문장으로 이름난 자들이 짓던 장르였기 때문에 흠향 주체를 설득하기 위해 다양한 전술을 활용하여 기우제문을 창작하였다. 그리고 기우제문의 궁극적 목적이 降雨에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지만, 가뭄으로 인해 위축되고 흩어진 민심을 위로하고 통합하려는 데에 있었음 또한 무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