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행 장의 정치경제학과 폭력의 구조, 1945～1961

Abstract

해방 이후, 흥행 장의 역학구조가 진동하고 있음은 여러모로 명백해 보였다. 그도그럴 것이, 흥행문화 통제의 알파와 오메가였던 (일본)국가권력이 갑자기 사라졌으며, 일본인이 점유했던 문화자본도 일시에 공중분해 되었고, 사회영역은 억압된 것의 귀환으로 넘쳐흘렀다. 이러한 변화는 국가권력의 일방성을 제어할 만한 다른 힘들이 생성되고 있었음을 의미했던바, 국가권력의 이해관계와 상충할 수 있는 정치적․경제적 자유에의 요구가 긍/부 양면에서 현상하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적산극장의 향방은 매우 중요한 사안이었다. 극장은 흥행문화의 거점이자 ‘돈’이 모이는곳이었기 때문이다. 사회여론은 적산극장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할 것을 촉구했으나,결국 적산극장은 입찰제를 통해 불하되었다. 그 중심에는 적산관리인을 중심으로 조직된 극장-민간기구의 이해관계가 작용하고 있었다. 이 민간기구의 출현은 흥행시장의 자율성을 주장하는 징후임에는 분명했으나, 이 기구는 기본적으로 지배권력과 종속적 관계를 유지함으로써만 존속할 수 있었다. 물론 미약하나마 국가의 권력 독점을 제어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로 보전되고 있었는데, 입장세 세율 감하와 특별행위세 부과 폐지를 위해 극장을 중심으로 전개된 운동이 그러한 사례들일 것이다. 그러나 대체로 흥행계는 경제적․정치적 동원을 수락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정부당국과 우호적인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한편으로는 공식적․비공식적 경제적 동원을 감당해야 했으며, 다른 한편으로는 폭력의 문화정치를 통해 정치적 동원을 광범위하게 전개했다. 임화수의 시대는 말하자면 경제권력의 부재, 정치논리에 포박되어있던 흥행 장의 구조적인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더욱 문제적인 것은 임화수를 탄생시킨 그 폭력의 구조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4․19의 공간은너무 찰나적이었으며, 이를 봉쇄하고 도래한 5․16은 오히려 그 폭력의 구조를 국가권력의 합법적이고 투명한 관리체계 안으로 내재화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