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학파 교우론의 사상사적 함의

Abstract

이 논문은 18세기 서울에서 활동했던 북학파의 교우론의 연원과 양상을 검토하고, 이를 통해 그 사상사적 함의를 도출하는 데 목표를 둔다. 북학파 교우론의 사상사적 연원으로는 신유학, 서학, 양명좌파 사상 세 가지를 들 수 있다. 신유학은 신(信) 개념의 오행론적 해석을 통해 오륜 가운데 붕우 관계를 재해석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서학에서 마테오 리치의 교우론 및 그의 전교활동은 교우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데 기여하였다. 양명좌파의 사우론(師友論)이 끼친 영향은 분명한 문헌적 전거를 발견하기는 어렵지만, 북학파의 실제 교유 과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에서 세 연원 가운데 가장 중요하다. 북학파 교우론의 주요 양상으로는 교유 범위가 확대되고 윤리적 정감이 강조되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교유 범위의 확대는 새로운 문화적 각성의 동기이자 결과라는 의미를 갖는다. 그리고 그들에게서 윤리적 정감은 양명좌파에게서와 마찬가지로 심미적 품격과 통일되어 있던 것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결국 북학파의 교우론은 조선후기 사상사가 주로 동양사상사라는 범위 안에서 상호작용하며 전개해 가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사례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