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사료를 통한 북미간 협상과정 분석 :1968년 북한의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을 중심으로

Abstract

1968년 1월 23일 발생한 푸에블로호 나포사건이 발발하자 미국의 정책결정자들 은 북한에 대한 강력한 무력적 대응을 적극적으로 모색하였다. 하지만 사건 발발 이틀이 지나자 미국은 갑자기 초기의 강경한 태도와는 달리 외교적 노력을 통한 해결책을 모색하기 시작하면서 북한과의 적극적인 직접협상으로 전략을 수정하였다. 판문점에서 비공개로 진행된 북미간의 비공개 직접협상에서 북한의 전략과 협상태도는 2가지 특징으로 분석할 수 있다. 첫째, 북한은 협상 초기부터 미국 측 대표에게 이 협상이 북한과 미국 간의 국가 대 국가로서의 직접협상임을 명확히 하고자 하였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로 공식적으로 북한을 국가로서 인정하고 있지 않았던 미국에게, 국제사회가 관심을 보이는 역사적 현장에서 이를 미국 스스로가 부인하게 만드는 전술적 책략 이였다. 둘째, 북한은 미국이 푸에블로호가 첩보행위를 수행했다는 것을 시인하고, 자국의 영해를 침범했음을 사과함과 동시에 향 후 재발 방지를 공식적으로 약속한다면 미국의 요구에 응할 수 있음을 협상 초기부터 강력하게 주장하였다. 하지만 당시 협상의 결과를 낙관적으로 전망하고 있었던 존슨 행정부의 정책결정자들은 자국의 위신을 현저하게 저해할 수 있는 북한 측의 요구사항을 거절하게 되고 협상은 장기국면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하지만 결국 3월 중순의 12차 협상 이후 미국은 승무원들의 석방과 사과 표현을 연동하여 적극적으로 사태 해결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 후 양 국간의 협상은 사과의 표현양식과 수준의 문제와 관련하여 지루한 협상을 진행하였으며, 대통령선거가 며칠 남지 않은 크리스마스이브에 판문점을 통해 승무원들을 반환받게 되었다. 미국은 마지막 27차 협상에서 북한의 애초 요구사항을 공식적인 문서를 통하여 모두 시인하고 인정하는 대신, 승무원들의 송환 즉시 이를 부인하는 최후의 굴욕적인 방안을 선택하였던 것이다. 본 논문은 북한 행위자 분석에 대한 근거로써 비교 사례의 유용한 수단을 제공할 수 있다. 푸에블로호 나포 사건 당시의 미국과 북한의 비공개 협상 과정에서 보여준 북한의 일관된 협상태도와, 현재 북한의 핵위기 협상에서 목도할 수 있는 북한의 위기외교 대처방식을 비교하면, 북한 고유의 협상전략과 대응에 있어 상당한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북한이 타협과 합의가 불가능한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라는 강경론자들의 주장을 반박할 수 있는 중요한 학문적 근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북한과의 핵위기 협상의 과정에서 미국 정책결정자들의 전략과 대응 작성에도 유용한 함의가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