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 감정, 가족 동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경우

Abstract

2008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의 주요한 특징 중의 하나는 ‘집회의 여성화’, 그중에서도 특히 ‘가족 단위의 동원’이었다. 이에 대한 기존의 설명들은 ‘여성성/모성’이라는 주체의 특성을 부각시키거나 ‘정당정치의 부재’와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부상’과 같은 정치사회적 맥락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이 논문은 이러한 설명이 이성과 감정의 이분법, 구조와 행위의 이분법, 가치 이원론이라는 ‘그릇된’ 이분법에 근거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양자를 이어주는 연결 고리로 촛불집회의 ‘배후의 감정’을 탐색한다. 즉 본 논문은 가족 동원의 감정 범주로, ‘모성’의 사회적 실천, 정부와 전문 지식 체계에 대한 ‘신뢰’의 철회, 광우병이라는 미래에 닥쳐올지도 모를 ‘공포’, 기본권 부정에 대한 ‘분노’를 설정하고, 이것들이 어떻게 구체적으로 가족 동원을 이끌었는지를 분석한다. 그리고 이 같은 촛불집회를 이끈 윤리는 후손의 미래에 대한 책임이라는 ‘도덕 감정’이었음을 밝힌다. 끝으로, 촛불집회와 맞불집회에서 드러난 감정의 복합적·다중적 측면들이 어떻게 촛불 국면을 구성했는지를 ‘동원’과 ‘연대’의 측면에서 설명함으로써 감정사회학적 시각의 적실성을 일부나마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