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정치의 기로 ― 마오쩌둥(毛澤東) 혁명의 현실적 승리와 루쉰(魯迅) 혁명의 형이상학적 승리

Abstract

본고는 마오쩌둥의 정치혁명과 루쉰의 국민성 개조라는 사상혁명의 비교를 통해 문학과 정치의 관계에 대해 고찰하고 있다. 1940년 1월의 <신민주주의론>에서 마오쩌둥은 “루쉰은 중국 문화혁명의 주장(主將)이며 위대한 문학가일 뿐만 아니라 또 위대한 사상가이며 위대한 혁명가이다”고 말한다. 루쉰에 대한 마오쩌둥의 이와 같은 표현은 이후 루쉰을 평가하는 기본적인 지침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본고가 관심을 갖는 부분은 마오쩌둥이 루쉰을 ‘정치가’로 평가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점이다. 본고는 이로부터 마오쩌둥의 중국혁명과 국민성개조라는 루쉰식 혁명의 차이를 낳은 근원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으며, 그것을 정치와 문학의 관계에 대한 고찰을 통해 논의해보고자 한다. 루쉰은 중국인의 사상 개조와 문화혁명을 주장하지만, 작가의 정치 참여나 문예의 순수성을 공히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문학의 정치’라고 명명할 수 있는 루쉰의 문학은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문학이나 거기에 무관하다고 주장하는 순수 문예를 부정한다. 루쉰은 정치의 선행성을 인정하면서도 문학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는 부정한다. 또 문예가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하는 예술지상주의자들의 견해를 관념론으로 치부한다. 달리 말해 루쉰은 정치혁명적 실천이라는 문예의 목적론적 해석을 부정하는 한편으로, 문예의 현실 초월성을 주장하는 예술지상주의자의 관념론도 부정하는 것이다. 중국혁명을 성공으로 이끈 마오쩌둥은 혁명의 진전과 상황의 변화에 따라 루쉰과 그의 작품에 대한 해석을 가했다. 마오쩌둥과 같은 정치혁명가들은 문학을 이용하여 혁명을 촉진하고 완성한다. 그런데 마오쩌둥의 정치혁명과 문학을 통한 사상혁명이라는 루쉰의 방향은 세계의 가시화라는 교차점을 통과하면 상반된 길을 가게 마련임을 알 수 있다. 이는 루쉰 역시 주지하고 있던 바이며, 문학가는 현실혁명의 성공 후 정치가들이 추구하는 현상의 유지와 통일에 안주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낱말들과 사물들을 결합하는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기 때문에 정치가에게는 눈엣가시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마오쩌둥이 루쉰을 혁명가, 사상가, 문학가라고 평가한 것은 상당히 적절해 보인다. 왜냐하면 언어와 사물의 관계를 음미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관계 맺어주기를 통해 의미를 발생시키려는 자가 문학가이기 때문이며, 이와 같은 측면에서 문학가라는 존재 자체가 혁명가이자 사상가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문학가에 의해 새롭게 맺어진 사물과 언어의 관계가 안정과 통일을 추구하는 정치가에 의해 현실적으로 수용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물론 정치적 수용의 가능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문학이라면 그 자체로 문학 본연의 특성을 상실한 ‘준명문학(遵命文學)’, 즉 문학 고유의 정치성을 상실한 문학에 불과할 것이다. 역으로 사회적 격변기에 문학은 정치전략의 그럴싸한 사상적·이데올로기적 무기가 되기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