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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의 효용과 무고에 대한 시선The Effect and Recognition of Mugo(巫蠱, Curse)

Other Titles
The Effect and Recognition of Mugo(巫蠱, Curse)
Authors
강상순
Issue Date
2017
Publisher
한국고소설학회
Keywords
Mugo(巫蠱; Curse); Contagious magic; Homoeopathic magic; Family ritual; Household ritual; Shamanism to treat illness; 무고; 접촉주술; 유감주술; 가족의례; 가정의례; 치병굿
Citation
고소설연구, no.44, pp.65 - 96
Indexed
KCI
Journal Title
고소설연구
Number
44
Start Page
65
End Page
96
URI
https://scholar.korea.ac.kr/handle/2021.sw.korea/132412
DOI
10.23836/kornov.2017.44.64
ISSN
1229-4896
Abstract
무고란 다른 사람에게 재앙이나 불행이 일어나기를 비는 저주의 기술 일반을 포괄적으로 지칭하는 용어이다. 무고가 효험이 있고 특별히 무(巫)가 그것을 잘 이용할 줄 안다는 믿음은 전근대 사회에서는 널리 퍼져있는 믿음이었다. 어떤 사회라도 합리적으로 해소되기 어려운 갈등이 존재한다면 무고와 같은 금지된 주술의 유혹을 받기 쉽다. 일반적으로 무속에서는 귀신을 섬기거나, 혹은 달래거나, 그도 아니면 위력으로 내쫓는다. 이는 무고를 실행하게 만드는 상상력과 원리상 유사하다. 인접성을 기반으로 한 접촉주술이나 유사성을 기반으로 한 유감주술이라는 주술의 보편적‧일반적 원리가 여기에서도 작동하고 있다. 이러한 원리를 기반으로 무(巫)는 전근대 사회에서 질병을 초래하는 무고만 행한 것이 아니라, 질병을 내쫓는 치병술도 행했다. 사실상 전근대 사회에서 무는 의료의 부족을 보충하고 대체하는 치병의 전문가이기도 했다. 그런데 문제는 외견상 무고가 치병과 구별될 수 없을 만큼 혹사하다는 것이다. 기양의례가 저주의례와 유사하고, 치병의례가 저주의례와 유사하다. 그래서 많은 경우 양자는 쉽게 전이될 수 있었고, 적어도 상대에 의해 그렇게 상상되었으며 사실로 믿어졌다. 역사적으로 무고사건은 궁중이나 민간에서 주로 피억압계층, 즉 여성층이나 노비층에게 빈발했다. 무고가 역사상 실행되었으리라는 정황은 충분히 있지만, 개별적인 사건의 경우 어디까지가 실제로 실행된 것이고 어디까지가 모함이나 조작의 탓인지 분명히 밝히기는 어렵다.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증거와, 원인을 알기 어려운 질병으로 인한 심증, 고문을 통한 자백 등이 결합되어 무고 사건으로 발전한 것이 많기 때문이다. 현재도 무고가 암암리에 실행되고 있고, 동시대의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실행되고 있었다는 점에서 아마도 무고는 오래 전부터 암암리에 전승되어왔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무고가 실제로 실행되었는지 여부를 밝히는 것은 이 글의 주된 관심사가 아니다. 오히려 무고가 가능하고 그것을 이용하는 상대가 있다는 상상력과 믿음이 무고를 지탱하고 부추긴다. 이를 설명하는 것이 필자의 관심사이다. 무고의 증거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것은 기양을 위한 무속과 저주를 위한 무속, 치병을 위한 무속과 저주를 위한 무속이 외견상 매우 유사하고, 원리상 동일한 것에 기반해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무고의 효용을 가장 진지하게 믿고 받아들였던 사람들은 규방 여성들이나 궁중 여성들이었던 것 같다. 국문장편소설에서 주로 악한 여성에 의해 시도되는 이 저주의 기술은 쟁총의 수단으로 흔히 사용된다. 그것은 주로 악인들에 의해 사용되지만, 절대 용서받을 수 없는 악으로는 묘사되지 않는다. 무고를 사용한 여성이 회과를 전제로 용서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무고는 쟁총의 수단으로서 여성으로서의 한계나 여성성의 부정적 속성 같은 것으로 여겨졌다. 오히려 문제는 그러한 시도에 속아 넘어가는 가부장의 잘못된 판단력, 그로 인해 가중화란을 초래하는 허술함이다. 이에 비해 궁중 여성들의 무고에 대한 믿음은 더욱 절실했다. 여기서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상대방이 무고를 동원하고 있다는 믿음은 그 무고를 막기 위한 주술적 시도, 즉 나의 무고 행위를 정당화시킨다. 한편 사대부 남성들은 무고에 대해 이중적인 태도를 취했다. 한편으로 그것은 인륜질서‧강상질서를 어지럽히는 용서할 수 없는 악으로서 발본색원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그것은 정치적 의도에 의해 조작되기도 쉽고 진상을 밝히기도 어려운 사건이었다. 이런 이중적 태도는 노비의 저주 사건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주인을 해치려 무고를 사용한 노비들은 두려움과 혐오에 찬 시선으로 비판하면서도, 전주인과의 의리를 지키기 위해 무고를 사용하는 충직한 노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묘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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