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박해 체험의 서사화 - ‘군난 때 미담’의 전개와 의미 -

Abstract

본고는 ‘군난 때 미담’을 학계에 소개하고, 군난 때 미담의 등장배경과 전개 및 그 문학적 특성을 고찰하였다. ‘군난(窘亂)’이란 천주교 박해 시대를 일컫는 용어다. 일제시대 대표적인 종교지였을 뿐 아니라 한국의 최장수 잡지이기도 한 『경향잡지』는 1928년 11월호(통권 650호)부터 1929년 5월호(통권 661호)까지 ‘군난 때 미담’ 난을 개설하여 14회에 걸쳐 조선을 배경으로 한 미담 13편을 발표한다. 본고는 군난 때 미담을 군난 서사 문학의 하나로 보고, 그 출현배경과 특성들을 분석하였다. 1928년을 전후해서 일어난 조선 천주교회의 현지화 정책, 1925년의 한국천주교회 순교자 79위 시복식을 전후해서 고조된 순교자 및 순교성지에 대한 관심, 무엇보다도 조선 교회 공동체 안에서 오래 전부터 이어져온 순교자의 삶을 기록해 온 전통 및 순교자들에 대한 기록의 출판이 1911년 『경향잡지』의 발간과 더불어 시작된 ‘미담’ 난의 연속성 속에서 조선 천주교회의 박해 시절을 배경으로 한 ‘군난 때 미담’의 출현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조선의 미담을 기술하면서 군난 시기를 배경으로 한 데에는 조선의 천주교회가 선조들의 순교와 박해시절 신앙생활에 대한 자부심이 컸음을 알 수 있다. 군난 때 미담의 주요 내용은 군난 시절의 어려움을 어떻게 극복했는가를 핵심 주제로 신앙에 대한 열정, 고난을 피한 일화, 외교인이 세례담, 신부들의 고생담 및 성지소개 등이다. 군난 때 미담은 한 개인의 순교 성인들의 삶이나 기적보다는 일반 천주교인들의 평범한 일상에 주목하였다. 박해시절을 다루면서도 비극적 분위기나 비극적 결말보다는 언어유희와 대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흥미와 감동을 줄 수 있었으며, 고난을 극복한 신앙의 지혜를 전하고자 하였다. 저자를 밝힌 작품이 등장하면서 이후 개인 창작물로서의 군난 소설로의 가능성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1920년대 출현한 군난 때 미담은 이후 군난 소설 등 한국 천주교 군난 서사 문학의 토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