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영 시의 동시대성과 중단의 미학

Abstract

김수영 시의 가치나 현재성은 정치적 내용과 미적인 태도가 일치하는 그의 시의 개성을 통합적으로 고찰함으로써 밝혀질 수 있다. 본고에서는 정치철학과 미학에 대한 통합적 접근을 행하는 아감벤의 이론을 참조하여 김수영 시의 미학적 정치성을 규명한다. 김수영은 동시대인으로서 자신의 시대에 대해 남다르게 냉철하고 명료한 시선을 보여준다. 그는 자신만의 시선과 경험으로 현실정치보다 더 근본적인 생명정치의 작동방식을 포착하고 있었으며 생명의 권리와 자유의 가치를 선언한다. 김수영은 4‧19혁명을 통한 특별한 시간 경험으로 역사적인 시간과 다른, 카이로스의 해방적 시간의 가치를 깨닫는다. 그는 공식적인 역사의 후면에서 생명력을 이어온 억압된 주체들의 해방된 시간을 통해 거대한 뿌리와 같은 역사의 근원적 잠재성을 발견한다. 김수영은 시에 하위문화적 언어를 과감하게 끌어들었으며 비판적인 사유와 실천을 위해 풍자를 행하거나 통사적 흐름에서 자유로운 시행엇붙임을 활용함으로써 기존의 문학적 질서에서 벗어난 새로운 감각을 도입한다. 지배 질서와 문화에 균열을 일으키는 감각의 자유는 김수영 시가 도달한 미학적 정치성의 주요 원리다. 지배질서와 문화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선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아감벤의 이론은 김수영 시의 미학적 정치성을 해명하는 데 긴요하게 작용한다. 김수영의 동시대성과 중단의 미학은 그의 시가 선취한 미학적 정치성의 핵심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