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소설의 인류애－<유정>, <사랑>론－

Abstract

인류애는 이광수의 문학과 사상을 이해하는 데 있어서 그 동안 주목받지 못한 개념이다. <재생>에서 처음 나타난 그 개념을 두고 기존의 연구는계몽의 다른 이름으로 파악하였다. 그러나 본 논문은 <재생>의 인류애에대한 기존의 연구와 시각을 달리하여 그 개념이 이광수의 사유가 도달한정점으로 이해하였다. 상향적으로 진행되는 이광수의 사유는 <재생>과 「민족개조론」을 거치면서 민족을 초월하여 인류의 차원으로 비상한다. 민족과인류는 차원이 다른 개념이므로 이광수의 인류애를 종전처럼 계몽의 입장에서 설명하려면 계몽의 외연을 편의에 따라 성형하는 사태가 벌어진다. 그러고도 계몽으로 포섭되지 않는 잉여가 발생한다. 불교에 귀의한 이후이광수가 펼친 교설들은 그 대상을 민족으로 한정하지 않는다. 그의 정신은 민족이 인류의 일부로 보일 만큼, 그래서 민족 간의 경계가 흐릿하게보일 정도로 높아졌고 그는 그 높이에서 민족의 계몽이 아닌 인류애를 설파한다. 인류애를 정점으로 삼는 사유의 구도에서 사적 감정으로서의 사랑을 처리하는 것이 결코 수월하지 않다. <유정>과 <사랑>은 인류애에 대한 사랑의 관계 설정 문제에 대한 고민의 소산으로 보인다. <유정>에서는 사랑의동력이라고 할 수 있는 욕망의 문제가 철저하게 고찰된다. 그 고찰을 통해남녀 간의 연애를 극복하고 인류애로 나가는 길이 모색된다. 그러나 고통스럽고 치열한 모색을 통해 확인된 것은 인류애로 통하는 길이 아니라 집요하고도 난폭한 욕망의 실체이다. <유정>의 창작 경험이 이광수로 하여금<사랑>에서 인류애를 공리로서 전제하게 한다. 그래서 <사랑>의 서사는 인류애의 가치와 의의를 증명하는 과정으로 구성되고 그 과정에서 욕망의 문제는 은폐되거나 회피된다. <사랑>에서 전개되는 인류애의 증명은 인류의 구원을 목표로 삼지 않는다. 다만 인류애의 사역자들이 성스럽고 우월한 존재들임을 확인할 뿐이다. 그리고 그 증명의 이면에는 비천하고 열등한 존재들을 멸시하고 추방하려는 의도가 은밀하게 도사리고 있다. 그로써 인류애는 우승열패의 제국주의적 사고와 연결될 가능성이 농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