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 Challenge the Conventions of Colonial Korea: The Case of Actress Yoon Shimdeok

Abstract

근대 초창기 식민지 조선의 대표적인 신여성인 김일엽, 나혜석, 김명순, 윤심덕은 모두 입센주의(Ibsenism)의 숭배자들이었다. 그들은 헨릭 입센을 극작가보다 여성해방운동의 사상가로 간주하였고, 그의 대표작 <인형의 집>에 열광하였다. 그들은 주인공 ‘노라’를 여성해방의 상징적 존재로 인식하였다. 식민지 조선에서 근대적 주체로서 자각을 지닌 ‘신여성(新女性)’은 1910년대에 근대식 교육과 일본 유학 경험을 통해 양성되기 시작하는데, 그러한 대표적 인물이 김일엽, 나혜석, 김명순, 윤심덕 등이다. 이들은 앞 다투어 노라 이야기를 작품화하거나 연극 공연을 추진하는 등 노라의 문화적 전유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여성해방운동의 상징인 노라를 신여성의 상징으로 재의미화 하고자 했다. 일본에서는 1911년에 히라쓰카라이초에 의해 여성해방운동 단체로서 ‘세이토샤(靑鞜社)’가 창립되고, 그 기관지로 『세이토(靑鞜)』가 창간된다. 그리고 같은 해 극단 ‘분케이교카이(文藝協會)’가 <인형의 집>을 공연했고, 주인공 노라 역을 마쓰이수마코(松井須磨子)가 연기했다. 이로써 마쓰이는 최초의 신극여우(新劇女優)라는 위상을 확보했다. 특히 동아시아에서 <인형의 집> 공연을 단순한 신극 상연이 아닌 여성해방운동의 맥락에서 봐야한다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1910년대 일본에서의 노라 신드롬은 이후 1920년대 식민지 조선에 영향을 미쳤다. 김일엽은 여성운동단체 ‘청탑회’를 만들었고, 1920년 신여성운동 잡지 『신여자(新女子)』를 발간하였다. 그리고 김일엽 자신이 노라 역을 연기하기로 하고 <인형의 집> 상연을 계획하였다. 화가이자 작가인 나혜석은 <인형의 집> 번역연재물에 직접 삽화를 그리고 시를 썼다. 소프라노 가수이자 배우인 윤심덕은 1926년 분규사태로 토월회를 탈퇴한 뒤 자신의 재기와 신극 재건을 위해 자신이 노라를 연기할 생각으로 연극 <인형의 집> 상연을 준비하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말았다. 복혜숙은 1925년 현철이 세운 조선배우학교에 입학하여 신극수련을 받고 그 졸업공연작품 <인형의 집>에 출연하였다. 초기 신여성들의 이러한 노라 연기하기는 연극 공연뿐만 아니라 식민지 조선의 신여성으로서의 수행적(performative) 측면이라는 이중성이 있음에 주목하여야 한다. 본고는 식민지 조선 신여성들의 노라 연기하기가 지닌 공연성과 수행성의 이중적 측면이 가진 함의를 1920년대 조선 사회의 젠더정치의 맥락에서 살펴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