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회’와 정의 이념의 종교적 기반- 민주화운동부터 시민사회운동까지 -

Abstract

본 연구는 좋은 사회를 위한 종교의 사회적 역할과 의의에 대한 고찰의 일환으로, 로버트 벨라(Robert N. Bellah)의 ‘좋은 사회’의 논의에 비추어 종교이념으로서의 정의가 갖는 의미와 과제를 탐구한다.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의 중심 명제는 정의였고, 당시군부 독재에 대한 항거에 직접 참여했던 종교인들의 정의관에는 세계교회협의회(WCC) 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이 반영되어 있는 것이다. 그 정신은 교회의 사회참여를 중시하면서 기독교인들이 추구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가 정의로운 사회이고, 이를저해하는 정치세력에 대한 저항과 투쟁이 곧 신앙의 표현이고 책임이라고 간주한다. 그러나 다른 한편 정의는 평화·사랑·은혜와 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고 있다. 정의는 민주화 이후 종교기반 정의구현 시민사회단체에 의해 계승되었지만, 그들이내세우는 정의는 저항운동에 초점을 두면서 점차 정치담론화하는 특성을 보여준다. 이점은 벨라가 추구하는 사회가 상호 관심, 도덕적 책임의식에 기반한 돌봄이 중심이 된좋은 사회이면서 동시에 그 안에 정의에 기반한 옳은 사회를 포괄하는 것과 대비된다. 벨라는 선과 악 사이의 이원론에 얽매이지 않고, 자아와 사회적 제도 양편에 대한옳음과 법의 추구, 그리고 윤리와 공공미덕의 구현이 동시적으로 나아가는 것을 ‘좋은사회’를 위한 비전으로 삼는다. 이것은 위 두 의회의 정신에 가까운 것으로, 이에 비해한국의 종교기반 정의구현단체는 정치 문제에 깊이 간여하면서 선과 악의 이원론에얽매여 있는 것처럼 보인다. 확실히 좋은 사회란 정의를 위해 돌봄을 포기하거나 돌봄을 위해 정의를 포기하지않고, 돌봄과 정의를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사회일 것이다. 돌봄이란 약자를 돕는 것이고,약자가 약자된 근본 이유를 찾아 투쟁하는 것이 정의구현이기는 하지만, 정의에 초점을 두다가 보면 돌봄 자체는 배제하게 되고, 그 단체의 종교적 성향은 약화되거나 없어지기 마련이다. 이러한 의미에서 종교에서의 사회정의는 언제나 따뜻한 관심과 긍휼에 기반한 돌봄, 약자와 적을 포함한 타인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하는 벨라의 관점을주목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