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과 정체성에 대한 성찰- <도희야>(정주리, 2014) 읽기 -An Introspection on Violence and Identity: Reading A Girl At My Door
- Other Titles
- An Introspection on Violence and Identity: Reading A Girl At My Door
- Authors
- 박유희
- Issue Date
- 2015
- Publisher
- 한양대학교 현대영화연구소
- Keywords
- identity; violence; minorities; otherization; homosexual; publicness; ethical violence; community; 정체성; 폭력; 타자화; 소수자; 동성애; 공공성; 윤리적 폭력; 공동체
- Citation
- 현대영화연구, v.11, no.1, pp.35 - 64
- Indexed
- KCI
- Journal Title
- 현대영화연구
- Volume
- 11
- Number
- 1
- Start Page
- 35
- End Page
- 64
- URI
- https://scholar.korea.ac.kr/handle/2021.sw.korea/95103
- DOI
- 10.15751/cofis.2015.11.1.35
- ISSN
- 1975-5082
- Abstract
- <도희야>는 영남이라는 한 여성 경찰관이 가정 폭력 속에서 살아온 도희라는 소녀를 만나 그 아이를 보호하려고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여성 경찰이 불쌍한 소녀를 보호한다는 것은 지당한 일일 수 있으나, 두 인물이 내장하고 있는 문제가 그들을 둘러싼 사회적 관계와 얽히면서 갈등이 빚어진다. 영남이 가진 문제는 동성애자라는 것이다. 그녀는 경찰대학 출신의 엘리트 경감이지만, 레즈비언이라는 이유로 경찰 조직에서 징계를 받고 궁벽한 어촌 마을의 파출소장으로 부임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도희가 지닌 문제는 그녀의 계부 박용하가 마을공동체의 이익에 직결된 외국인 노동자 브로커라는 사실이다. 마을에서 용하는 공동의 이익을 위한 필요악이기 때문에, 용하의 폭력성을 마을 사람들 뿐 아니라 경찰관들까지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눈감아준다. 따라서 도희는 법과 자본주의 논리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피해자가 된 것이다. 영남이 도희를 보호하려고 할 때, 그래서 용하를 처벌하려고 할 때, 마을공동체가 영남에게 맞서 용하를 비호하려고 하면서, 영남의 행동은 단순히 폭력에 노출된 한 아이를 경찰이 보호하는 문제가 아니라, 경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된다. 그리고 그 문제의 핵심에는 ‘폭력’과 ‘정체성’이라는 키워드가 들어있다.
개인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일정한 정체성으로 환원적으로 판단될 때 개인은 타자화 되며 폭력이 발생한다. 그 판단 기준은 국가가 관장하는 법률일 수도 있고, 보편적 도덕률일 수도 있으며, 공동체의 관습일 수도 있다. 이 영화가 제기하는 정체성에 대한 단일한 판단과 그로 인한 폭력이라는 문제는 가족공동체의 관습, 공직사회의 윤리, 그리고 자본의 논리에서 발생한다. 첫째, 전근대적인 유교 이념의 잔재에 기대어 자식에 대한 부모의 폭력을 합리화하고, 여성에 대한 폄하를 정당화하면서 가족공동체의 관습에 의한 폭력이 발생한다. 이 과정에서 도희에 대한 폭력과 영남에 대한 타자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둘째, 공직사회의 윤리에 의한 폭력은 ‘공공성’과 ‘명예’라는 명분으로 개인을 성적 취향에 따라 차별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公)과 사(私)를 구별해야 한다면서 공(公)에 기대어 사생활을 침해해도 된다는 이중 잣대와 공직자는 명예를 지켜한다는 위계의식이 깔려 있다. 셋째, 공동체의 이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 불의나 폭력에 눈감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불법체류 노동자와 같은 이들은 버려진 아동이나 동성애자와 마찬가지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 영화는 엘리트이자 레즈비언인 여성 경찰과 폐쇄적인 공동체에서 무방비로 폭력에 노출된 소녀의 만남을 통해 이러한 문제들을 효과적으로 서사화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가정폭력과 동성애를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인권 유린 문제와 연관시켜 배치함으로써 소수자에 대한 타자화와 폭력이라는 사안을 폭넓게 바라볼 수 있는 관점을 마련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주목할 점은 그것이 성찰이나 문제제기에만 그치지 않고 피해자와의 동행을 제안하는 실천적 인식으로 나아간다는 것이다. ‘어린 괴물’이 되어버린 소녀에게 여성 경찰이 “나하고 갈래?”라고 하는 것은 기존과는 다른 새로운 관계와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것이 이상적인 환상이라 할지라도 그러한 열린 가능성이야말로 영화이기에 가능한 희망일 것이며, 그것을 통한 다양성의 성취야말로 영화가 지켜야 할 몫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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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ons - College of Culture and Sports > Creative Writing and Media Studies in Division of Culture Creativity > 1. Journal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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