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환상서사의 매체 통합적 장르 논의를 위한 서설An Introduction for the Discussion of the Fantastic Narrative Genre based on Media Integration
- Other Titles
- An Introduction for the Discussion of the Fantastic Narrative Genre based on Media Integration
- Authors
- 박유희
- Issue Date
- 2015
- Publisher
- 한민족문화학회
- Keywords
- 환상서사장르; 공포물; SF; 대체역사물; 모험물; 판타지; the Fantastic Narrative Genre; Horror; SF(Science Fiction); Fantasy; Adventure; AH(Alternate History)
- Citation
- 한민족문화연구, v.51, no.51, pp.223 - 263
- Indexed
- KCI
- Journal Title
- 한민족문화연구
- Volume
- 51
- Number
- 51
- Start Page
- 223
- End Page
- 263
- URI
- https://scholar.korea.ac.kr/handle/2021.sw.korea/96072
- DOI
- 10.17329/kcbook.2015.51.51.008
- ISSN
- 1598-9836
- Abstract
- 본고는 1990년대 이후 디지털 정보화의 패러다임 속에서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한국 환상서사를 효율적으로 논의하기 위한 이론적 서설이다. 현재의 문화상황에서 ‘환상서사’는 우리에게 익숙한 세계의 법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사건이 발생하여 그 불가해함이니 비현실성이 텍스트의 끝까지 이어지는 이야기를 통칭한다. 그리고 환상서사를 함유한 문화 산물을 ‘환상물’이라 하며, 환상물 집합의 유형을 환상(서사)장르라고 부른다. 여기에는 SF, 공포물, 판타지와 같은 하위 장르가 포함되고, 그 범위는 출판된 소설이나 만화와 같은 활자매체를 비롯해 영화, 방송드라마, 애니메이션 등의 영상매체, 그리고 1990년대 중반 이후 인터넷을 통해 활성화된 웹소설, 웹툰 등에 이른다.
주지하다시피 한국에서는 근대 이후 환상장르가 발달하지 못하였기 때문에 공포물이나 SF가 간헐적으로 제작되다가 1990년대에 이르러 환상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1990년대는 모든 매체를 중성화ㆍ표준화하는 디지털 기술이 보편화되며 세계적으로 정보혁명이 일어나고 기존 아날로그적인 경계의 해체가 가속화된 시기였다. 그러한 변화를 더욱 부추긴 것은 40여 년 동안 세계를 지배했던 냉전구도가 무너진 것이다. 이러한 세계정세는 분단국가인 한국의 정치경제뿐 아니라 사회문화에도 큰 영향을 미치며 다방면에서 기존의 이분법적 경계가 의심받는 계기가 되었다. 현실과 비현실, 실재와 환영에 대한 질문을 전제로 하는 환상장르가 이 시기에 뿌리내리기 시작한 것은 그러한 변화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2000년대에는 ‘판타지’라는 이름으로 소설, 영화, 만화, 드라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창작이 이루어져 왔다. 그러면서 매체 간 콘텐츠의 교류와 이동도 빈번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상장르에 대한 논의는 각 매체별로 분리되어 이루어지고 있으며, 환상을 둘러싼 개념들에 대한 정의는 저널리즘 관습에 기대거나 서구 문학이론이 편의적으로 차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저널리즘의 용어 사용은 유동적인 것이고, 차용되는 문학 이론들은 동아시아 서사 전통 안에 있는 한국의 환상물을 설명하기에 부족한 점이 많다. 또한 디지털 기반으로 문자, 영상, 소리가 중성화되고 그에 따라 매체의 경계 없이 콘텐츠가 합종 연횡하는 현재의 서사 상황을 설명하기에도 한계가 있다. 이에 본고에서는 한국 환상서사의 역사적 맥락에서 문자서사와 영상서사를 함께 논의할 수 있는 통합적 환상장르의 틀을 구상하여 디지털 시대 한국 환상장르 연구의 발판을 마련해보고자 했다.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문자서사를 대표하는 문학과, 영상서사를 대표하는 영화와 드라마를 중심으로 환상서사에 대한 선행 논의를 검토했다. 그리고 선행 논의에서 반복되어 사용되는 환상장르의 개념 및 요건에 주목하여 환상서사의 공통분모로서 ‘재현적 시각성’과 ‘본질적 전도성’를 추출했다. 그리고 동서양에서 환상의 개념이 형성되어온 맥락과 전근대에서 근현대에 이르는 동안 시대에 따른 환상 담론의 차이와 맥락들을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의 문화상황을 고려하며 환상서사장르의 범주와 유형을 도출해 보았다.
멀티미디어 기술의 발달로 스펙터클에 대한 욕망이 본격적으로 발현되며 마음속이나 그림책에서만 볼 수 있었던 온갖 신화와 영웅담이 영상을 통해 귀환하는 이 시대에는 ‘순수 기이환상적 기이환상적 경이순수경이’로 펼쳐진 환상서사의 스펙트럼에서 추리서사에 속하는 ‘순수 기이’와의 경계 영역부터 ‘순수 경이’에 이르기까지가 환상서사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이러한 환상서사는 사건이 발생하는 공간의 위치와 현실계(1차 세계)와 환상계(2차 세계)의 관계, 그리고 그 이야기가 현실과 맺는 관계에 따라 다시 분류될 수 있다. 우선 사건이 일어나는 위치가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의 시공간이라면 그것은 현실계(1차 세계)에 속한다. 그렇지 않고 우리의 현실과는 다른, 자체의 자율적 질서로 움직이는 시공간이라면 그것은 환상계(2차 세계)에 속한다. 이 이야기들을 대할 때 수용자는 그곳에 나오는 낯선 질서나 규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이게 된다. 이와 달리 현실계 안에서 현실계의 개연성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사건이 발생하는 경우에는 현실계와 환상계의 자율적 원리가 분리되지 않는 가운데 혼동과 망설임이 유발된다. 이러한 경우는 대개 보편적 인식과 개인의 심리적 현실이 충돌하며 세계에 대한 인식에 균열이 생긴다. 현실계와 환상계가 맺는 관계, 환상계를 통해 유추되는 현실계에 대한 태도 등에 따라 환상서사 텍스트의 의미는 달라질 터인데, 그 문제는 장르론을 벗어나는 실천적 영역으로 차후의 과제가 될 것이다.
지금까지 마련한 환상서사에 대한 정의와 유형화는 세상의 모든 환상서사 텍스트를 귀납하고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모든 텍스트를 설명할 수도 없을 것이다. 다만 최소한의 나침반이라도 가지고 텍스트에 접근할 때 동시대의 텍스트가 구성하는 공시적인 특징과 통시적 추이를 조망하며 텍스트의 좌표를 세워나갈 수 있을 것이다. 본고의 시도가 디지털 멀티미디어 문화의 역동성에 대응하며 한국 환상서사장르의 지도를 그리는 데 작은 나침반이라도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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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llections - College of Culture and Sports > Creative Writing and Media Studies in Division of Culture Creativity > 1. Journal Artic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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