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법원의 구조와 재판소원제도 - 민사법원을 중심으로 -

Abstract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독일에서 인정하고 있는 재판소원제도를 도입하자는 의견이 다수이다. 그런데 외국에서 발전된 제도의 도입 여부를 검토할 때에는 그 제도가 그 나라의 사법시스템에서 어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 여부가 정확하게 검토되어야 한다. 독일의 헌법재판소는 헌법상 법원과 함께 사법권의 행사주체이며 법원 위에 있는 최상위 사법기관이다. 독일의 법원은 다섯 개의 권리구제절차로 되어 있으며 각 다섯 개의 대법원이 있다. 이처럼 대법원이 여러 개로 분화되어 있으므로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통일을 꾀하기 위해서는 상위감독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필요하다. 독일의 각 법원의 심급에는 엄격한 상소제한제도가 있다. 그런데 상소가 제한되는 경우에도 그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은 허용된다. 즉 각 심급의 법원의 바로 위에 헌법재판소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독일의 재판소원사건은 상고심판결보다는 하급심판결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독일헌법재판소법은 헌법소원사건이 폭주하자 사건의 소원적격성을 사전에 심사하는 수리소원제도를 설치하였다. 헌법소원사건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재판소원이다. 독일기본법에서는 법적 심문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다. 그런데 재판소원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법적 심문청구권, 즉 절차적 기본권의 침해를 주장하는 사건이다. 이러한 사건이 지나치게 많아지자 연방헌법재판소는 각 권리구제절차의 법원에 적용되는 소송법에 심문이의제도를 도입하여, 사전에 각 법원에서 법적 심문청구권 침해 여부에 대하여 심리하도록 요구하였다. 이에 따라 독일민사소송법에 심문이의제도가 도입되어 2001년부터는 제1심에서, 2005년부터는모든 심급에서 이용되고 있다. 독일의 재판소원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지 여부는 우리나라에서의 헌법재판소와 법원의 관계, 법원의 구조의 차이, 재판소원 도입시 사건의 폭주가능성 등 여러 가지를 고려하여 검토하여야 하는 바, 현실적으로 도입에는 무리가 있으며, 그동안 법원과 헌법재판소의 관계를 슬기롭게 조화시킨 전통을 잘 발전시키는 것이 좋은 방향이라고 본다.